
▲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관계자들이 1919년 9월 17일 6차 회의를 마친 뒤 기념 촬영했다. 임시정부 국무총리 대리 겸 내무총장 안창호(앞줄 왼쪽에서 네번째)는 이즈음 러시아령 임시정부, 한성 임시정부와의 순조로운 통합 협상을 위해 노동국 총 판(국장급)을 맡겠다고 나섰다./독립기념관 제공
[창간89특집/임정수립 90주년― 3·1운동에서 임시정부까지] [3] 조선에서 대한으로, 제국에서 민국으로
의병파는 "제국(帝國)" 개화파는 "민국(民國)" 논쟁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조선일보 공동기획
우리는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를 부른다. 3·1운동 때는 독립을 요구하는 만세를 부르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여기서 '대한'은 나라의 이름이다. 우리는 '대한'이란 나라의 국민이며, '대한'이란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름을 '대한'으로 정한 것은 1897년이다. '국왕'을 '황제'로 부르기로 하고, '조선'이란 나라의 이름을 '대한'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대한제국이라고 한다. 대한제국은 '대한'이란 나라에 황제가 주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대한제국은 일제의 침략을 받아 1910년 멸망했다. 나라를 빼앗긴 한민족은 국토와 주권을 되찾아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위정척사사상에 기반을 둔 의병계열은 대한제국을 부활시키자고 했고, 개화사상에 기반을 둔 세력은 국민이 주권을 갖는 나라를 세우자고 했다. 앞의 것을 복벽주의(復僻主義), 뒤의 것을 공화주의(共和主義)라고 한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가의 주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결론은 공화주의였다. 1917년 상해의 독립운동가들이 전 민족이 대동단결하여 임시정부를 수립할 것을 제안한 '대동단결선언'이 그것이었다. 이는 대한제국의 멸망을 군주인 융희황제가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군주가 포기한 주권은 국민이 계승해야 한다고 하였다.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선언하고, 4월 11일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상해에 모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이들은 먼저 국회와 같은 임시의정원을 구성했다. 첫 회의에서 신석우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할 것을 제의, 가결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관제를 정하고 각원(閣員)을 선출하여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제국(大韓帝國)은 군주가 주권을 가진 나라고, 대한민국(大韓民國)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임시정부 수립과 더불어 제정 공포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우리 역사가 군주 주권에서 국민 주권으로, 군주전제에서 민주공화제로 바뀌는 민족사의 대전환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가와 정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국가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민·주권·영토의 세 요소가 필요하다. 임시정부는 1919년 9월 공포한 헌법에서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함"(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있음"(제2조), "대한민국의 강토는 구한제국의 판도로 정함"(제3조)이라고 하여 세 요소를 갖추어 놓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민주권·민주공화제·민주주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임시정부는 27년여 동안 정부 조직을 유지 운영하면서, 민주공화제를 발전시키고 정착시켰다.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헌법을 제정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를 조직 운영해 왔다. 그리고 대통령제·국무령제·주석제 등 정부의 지도체제도 다양하게 실험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의회정치도 실시했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해 차(此)를 통치함"이라 하여, 의회를 통하여 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한 것이다.
해방 후 1948년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제헌 헌법 전문은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근거를 밝혀 놓았다. 현행 헌법도 그 전문에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한 것이 대한민국 정부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지 지배를 받았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절되지 않았다. 민족사의 맥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해방 후 이를 계승 재건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세웠다. 이렇게 해서 우리 역사는 '조선(朝鮮)'에서 '대한(大韓)'으로,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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