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을사늑약 100주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그리고 해방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비록 늦기는 하였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85주년이 지난 지금까지, 또한 해방 59주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우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애국선열들과 역사 앞에 부끄럽고 죄스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하여, 대한민국의 건국 기반이 바로 임시정부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조차 이 땅에 두지 못한 것은 역대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짊어진 큰 부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난 기미년 3.1운동을 계기로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임시정부는 단절된 국맥을 다시 잇고 국혼을 지키면서, 윤봉길, 이봉창 같은 의사들을 앞세워 벌인 의열 투쟁과 함께 쉼없는 항일전을 전개하여, 한민족의 건재를 세계의 모든 나라에 알렸습니다. 또한 임시정부 안에 광복군을 조직하여 일제에 선전을 포고하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일본제국주의 세력과 싸웠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중원 천지를 전전하면서 27년 동안이나 국권회복을 위해 싸워 온 우리 망명정부이고,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대표기관입니다. 임시정부가 존재하고 이와 같은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카이로선언이 나왔고, 미국, 영국, 소련, 중국과 같은 국제 열강이 전후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독립을 보장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세계 식민지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일제에 맞서, 역시 세계 식민지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저항하고 존속한 임시정부였습니다. 이러한 임시정부의 찬연한 역사를 언제까지나 사가의 연구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27년 동안 투쟁하고 활동한 모든 사료와 자료를 모으고, 기록을 영구 보존하며, 그 정신을 자손 만대에 잇는 기념사업회가 필요합니다. 한국과 중국, 미국 등 여러 곳에 산재한 각종 자료와 생존자와 관련자의 증언이 앞으로 더 소멸, 소실되기 전에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여, 국민의 역사교육과 민족정기의 산실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해방 60주년이 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해외동포의 정성을 모아서, 영원한 겨레 유산으로 이어질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자 합니다.

뜻있는 국민, 연구가, 독지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뜨거운 성원을 기대해마지 않습니다.